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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iwen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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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2 01:15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기

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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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인문학자 도정일과 생물학자 최재천의 “대담” 첫번째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얼핏 보면 반대말처럼 보이지만, 도정일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과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의 [대담] 프로젝트는 그 둘이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005년 [대담]을 통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시도한 두 석학이, 10년이 지나서 다시 대담을 펼칩니다. 이를 앞두고 [대담]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의 일부를 다시 되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융합하는 두 석학의 ‘대담’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줄 것입니다1).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도정일 교수와 국립생태원 원장 최재천 교수. 두 석학은 [대담]을 통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시도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기 어려운 이유

도정일 교수는 2005년 [대담]을 통해 한국대학의 전문가주의와 영토수호의식을 비판했다. ⓒ휴머니스트

도정일: 학문분과들 사이에 높은 울타리를 쌓는 것으로 말하면 한국 대학들이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전공의 ‘순수성’과 ‘정통성’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인접 학문끼리도 별 소통이 없습니다. 옆집은 뭐 하나 구경도 하고 기웃거려보는 것은 학문의 시야를 넓히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기웃거리다간 손가락질을 당합니다. 제 것에나 신경 쓰지 남의 영역은 왜 기웃거리느냐는 거죠. ‘전문가주의’입니다. 학문의 전문성은 아주 중요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학문이 왜소해지고 무엇보다 오류나 자기도취, 시대착오에 빠집니다. ‘외길을 간다’라는 말은 옆집이 뭐 하는지 한눈팔지 않고 가는 것이 아니라 두루 살피면서도 자기 길을 간다는 소리일 때만 의미가 있죠.

또 다른 설명은 ‘영토 수호’입니다. ‘내 영역’과 ‘남의 영역’을 날카롭게 나눠놓고, 자기 영역을 누가 넘보나 신경을 곤두세우는 거죠. 그게 자신의 학문세계를 지키려는 정신자세에서 나오는 거라면 그런대로 좋습니다. 그러나 학문세계에서 ‘불가침’은 없습니다. 불가침주의는 학문 아닌 밥그릇 싸움으로 치닫습니다. 인문학 내부에서도 그런데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에 신경 쓸 틈이나 있겠습니까.

최재천 교수는 2005년 [대담]을 통해 학제간 연구를 넘어 '트랜스(trans)'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휴머니스트

최재천: 자연과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물학과만 해도 여러 분과로 나뉘어서 서로 소통이 없었습니다. 생물학에도 분자생물학·생물정보학·세포학·유전학·생리학·분류학·진화학·생태학·행동학·발생학 등등 수많은 분과들이 있고, 서로가 다른 사람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생물학 내부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 통합생물학이 생기긴 했지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단순히 학제 ‘간(inter)’ 연구로는 안 됩니다. 여러 학제를 단순히 통합하는 ‘멀티(multi)’ 학문으로도 부족합니다. 이제 ‘인터’, ‘멀티’라는 단순한 조합을 넘어서 ‘트랜스(trans)’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분과가 활발하게 소통하고 서로 굳게 닫은 빗장을 열어젖힐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의 공간이 탄생해야 합니다.

도정일: 학문영역들끼리의 소통과 울타리 넘어서기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든 ‘멀티’든, 혹은 ‘트랜스’든 간에 학문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문성이 중요한 학문 자체의 성격 때문에 경계선 넘나들기는 원천적인 한계를 갖고 있죠. 그러니까 ‘트랜스’란 한 사람의 연구자가 다수의 전공영역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분야의 연구를 살찌우기 위해서, 혹은 어떤 연구 대상에 대한 더 나은 통찰에 이르기 위해서 인접 학문이나 다른 학문의 성과들을 부단히 조회·참조하고 원용하는 것일 때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 벌어진 일들

2014년, 10년만에 다시 [대담]에 나서는 도정일 교수. ⓒ휴머니스트

도정일: 역사학계의 분쟁을 생물학이 해결해준 사례가 무척 많습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집에 샐리 해밍스라는 흑인 하녀가 있었는데, 제퍼슨이 그 하녀와 보통 사이가 아니어서 비밀리에 아들도 두었다는 ‘설’이 미국 역사학계 뒷골목에 오랫동안 퍼져 있었어요. 물론 정통학계는 헛소리라고 일축했죠. 제퍼슨의 고매한 인격에 흠집을 내려는 야담꾼들의 수작이라는 거죠. 유학 시절 내게 미국사 강의를 해주었던 교수 한 분도 그 이야기만 나오면 아니라며 펄펄 뛰었어요. 그런데 어찌 됐는지 아세요? 몇 년 전, 그 하녀의 후손들에게서 DNA를 채취해서 재퍼슨의 현존 후예들에게서 얻은 DNA와 비교한 결과 그 흑인 하녀의 후손들이 재퍼슨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하녀의 아들 하나가 제퍼슨의 아들이었다는 얘기죠. 그래서 분쟁은 끝납니다. 생물학이 아니었다면 그 인문학적 분쟁은 미국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됐을 겁니다.

스탠포드 대학에 어떤 유전학 교수가 있는데, 그의 연구에 의하면 현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은 아시아계 사람들보다는 유럽계에 더 가깝다는 겁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연구를 참작한다면 한국인의 원류를 따지는 인문학적 작업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조상들이 북방 대륙과 남방 해안 어느 방향에서 반도로 더 많이 흘러들어 왔는가, 그 유전적 특성의 기원이 어딘가 같은 문제 말이죠. 지금까지 이런 연구가 골몰한 것은 언어·공예·습속 같은 문화적 유사인자의 추적입니다. 그러나 생물학에 의한 DNA 추적은 가장 신빙할 만한 증거를 거기 보태줄 수 있죠.

생물학자들이 들으면 우쭐해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20세기 후반 인문학과 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감의 한 원천은 생물학입니다. 생물학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질 거예요. 이제부터 생물학 쪽의 발견들을 참작하지 않는 인문학은 불가능할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인간과 그의 문화적 성취에 관한 연구가 인문학인데, 지금 ‘인간’이라는 문제에 관한 과학적 발견치고 현대 생물학을 능가할 학문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은 인문학과 과학, 인문학과 생물학이 왜 만나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사실 인문학과 과학의 갈라서기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적 근대 학문 자체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지성사의 맥락에서 보면 인문학과 과학이 완전히 별개의 문화인 것처럼 갈라서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근대 300년의 결과예요. C. P. 스노가 말한 ‘두 개의 문화’도 인문학과 과학의 그런 분리를 지칭한 겁니다. 우리가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을 시도한다는 것은 이 300년의 해묵은 별거를 어떻게 넘어서는가라는 문제가 되죠.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14년, 10년만에 다시 [대담]에 나서는 최재천 교수. ⓒ휴머니스트

최재천: 스노의 1959년 강연문을 읽어보면 과학과 인문학이 근본적으로 융화되기 어려운 두 문화라고 규정하긴 하지만, 둘 사이의 엄청난 괴리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전통이 과학을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이에 반론을 제기한 마이클 유드킨 등에 답하면서 스노는 몇 년 후 ‘제3의 문화’, 즉 사회사(social history)가 이미 태동되기 시작했음을 알립니다. 스노가 이야기하는 사회사란 사회학자를 비롯하여 경제학자·정치학자·심리학자 등은 물론 건축학이나 의학 분야 연구자들의 지적 활동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죠. 일찍이 19세기 말 진화생물학자인 헉슬리가 대학에 사회학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것과 맥을 같이하는 일입니다. 헉슬리에 따르면 문학은 결국 다양한 형태의 탈을 쓴 사회학이라는 거죠. 이런 점에서 생태학 또는 사회생물학에 몸담고 있는 저는 용감하게 [하나의 문화(One Culture)]라는 책에서 과학과 문학이 하나의 분야로 합쳐져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문화적 담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부르짖은 영문학자 조지 레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인간 기원을 둘러싼 신화와 과학의 격돌> 및 <신화의 상상력, 과학과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두 석학의 대담이 이어집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기 이미지 1

신화를 품은 인문학자 도정일, 개미를 사랑한 생물학자 최재천의 
<대담>이 10년 만에 다시 이어집니다.

▶일시/장소 : 10/28(화) 19시30분. 대학로 유니플렉스
이벤트 자세히보기 및 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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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이미지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이자 문학평론가. 인간, 사회, 역사, 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사회적 실천에 주력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다.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의 기적의 도서관 건립,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운동 등 책읽기 운동에도 힘쓰고 있다.
최재천 이미지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 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대담 이미지
출처
대담 2005
2001년 12월 10일 오전 10시 서교동에서 인문학자 도정일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이 만났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주선한 한국 지성사(知性史) 최초의 프로젝트 《대담》의 시작이다. 4년 동안 10여 차례의 대담, 4차례의 인터뷰로 이어진 도정일과 최재천의 대담은 2005년 11월 14일 출간되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담》은 출간 당시 여러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서로 소통하며 융합과 통섭을 이야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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